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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의 추억

김방장 2011. 7. 8. 13:55

 

‘가는 날이 장날’ 이라더니 그날이 바로 장날이었다.

2011년 6월 15일 점심나절, 식당을 나와서 우연히 둘러본 예천 금당실 용문장.

5일장이라고는 하나 인적 뜸한 거리에 드문드문 펼쳐진 생필품 가판대가 아니면 장날인줄도 모를 그런

장이었다.

신발좌판을 지키고 있는 곡면경에 비친 풍경, 제법 반듯하게 지은 벽돌건물과 이발관 간판이 눈길을 끈다. ‘대중이발관’.

 

 

수인사를 하며 들어서니, 돋보기를 끼고 외손님의 면도를 하던 이발사가 반색을 한다.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제법 세월의 흔적이 배어있다. 몇 번을 덧칠한 붙박이 경대와 수납장, 거울 앞에 앉은 나이 든 이발의자, 경대위의 소독장과 소품들이 정겹고, 창문 밑에 놓인 응접의자가 예사롭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회를 자극하는 것은 이발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타일 입힌 세면대와 나무 턱받기, 

머리끍게와 작은 물조루 들이다.

 

 

 

 

벽에 걸린 요금표를 보니 옛일이 생각난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읍내 이발관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윗도리를 벗고 이발의자에 앉은 내게 이발사 아저씨가 묻는다.

‘어예 깍아주꼬?’

‘머리만요!’

아저씨가 웃으며

‘그머 머리만 깍지. 빡빡 깍으까?’

왜 웃는지를 모르니, 괜히 주눅이 들어

‘.... 예’.

민머리도 보기 싫지 않게 2부 3부로 깍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뒤에 알았고, 이발사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그때 깨달았다.

조발00원, 면도00원, 세발00원 등으로 적힌 요금표를 보며 어렵사리 조발 세발의 뜻을 촌탁하고 준비해간 돈에 맞추어 그렇게 대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이 이발관의 주인은 올해 일흔 살의 박용직씨다. 그는 14대 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금당실 토박이다.

예천읍내의 대창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가서 몇 년 견습을 거쳐 1962년에 ‘이용사면허증’을 땄다.

고향에 돌아와서 이발관을 차린 지 어언 50년, 이젠 용문장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현재 용문 장터에서 대중이발관과 역사를 견줄 가게는 없다. 하지만 그것도 언재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머리만 깍을 손님은 헤어샾으로 가고, 이용사면허증은 근대사자료가 되었다.

시골 장터에서 빛바랜 면허증과 조발 세발 요금표를 걸어두고 점점 늙어가는 단골손님을 기다리는 것도

박용직씨 류가 마지막일 것이다.

귓뒤를 말쑥하게 밀어올린 손님이 만족한 표정으로 요금을 치르고 나간 뒤, 이발사는 느긋한 동작으로

가운을 벗어 걸고, 이발관은 다시 숨을 참는다.

 

 

 

갑자기 헤어샾의 요금표가 궁금해진다.   -彷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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